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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자취하는 언니의 부탁으로 뭔가를 찾던 중 초등학교때 쓰던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아직까지 그런 게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한ㅇ<-<)
몇 개 밖에 못읽었지만, 저때 제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던건지 참 모르겠네요[...]
그 중 2학년때 일기장을 보던 중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인가 수준인 내용의 일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절대로 따로 떨어져있거나 잘라먹은 게 아니라 저 문장들이 다 붙어있는거[...]
-1995년 5월 6일 토요일(당시 초등학교 2학년)에 쓰여진 일기
제목 : 내일은 일찍 일어나겠다
내일은 5월 7일 일요일이다.
나는 내일만은 일찍 일어난다.
어제는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나의 속담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이다.
내일 속담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이다.
이제 내일은 일찍 일어나겠다.
........
다 보고 나서 저는 그 당시 제 자신의 심상세계에 대한 진지하게 회의감을 느꼈습니다ㅇ<-<
이걸 보신 담임선생님께서는 과연 어떤 심정이셨을까요[...]
그리고 하나 더,
-1997년 11월 5일 수요일(당시 초등학교 4학년)에 쓰여진 일기
제목 : <시험과 시험결과>
오늘은 제2의 시험날이다.
그리고 시험성적을 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중략)
나중에 매겨보니 내점수는 형편없었다...
(중략)
...그러니까 전체 130문제 중 155개를 맞은 셈이다...
(후략)
...음 어떻게 하면 저런 점수가 나올수 있는걸까요ㅇ<-<
더 심각한건 그 밑에 선생님의 아무 말도 적혀 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선생님도 할말을 잃으신게지
매일매일 그렇게나 쓰기 싫어하던 일기장에까지 4차원을 시전하던 어린애는 어느덧 자라 대학생이 되었고,
곁에 없으면 못 사는 이 컴퓨터로 열심히 혼자놀기(!)를 잘해나가고 있군요.
세상 좋아졌지요.
학교 문방구(그때는 문구점보다도 문방구라는 말이 더 익숙...)에서 일기장 공책을 고르던 때부터 시작해서 윈95쓸적에는 도스에서 돌아가는 일기장 프로그램을 만지작거려보기도 했었습니다.
컴퓨터에 대해 그야말로 일자무식이던 그 시절부터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열심히 두들겨 패 오던 컴퓨터를 처분하고 새 컴퓨터가 들어왔을때 생전 처음 집에서 인터넷이란 걸 시작했었는데(그것도 전화선으로 하는 거라서 인터넷 하는 동안에는 전화도 못받는 안습적인 상황과 전화비의 압박...), 그때만 해도 이런 공간을 만들어 어렵지 않게 신변잡기를 끄적이는 날이 올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지요...
오늘은 날짜 순서대로 정리해서 다시 제자리에 집어넣은 게 전부였지만, 가끔씩은 벌써 종이가 누렇게 바래 가는 일기장을 꺼내서 찬찬히 훑어 보는 것도 나름 괜찮은 취미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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